우리나라는 오래 전부터 간장·된장·고추장 등 장(醬)을 이용해 간과 맛을 맞췄고,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는데, 그 중에서도 된장은 항암·항산화 효과가 있다고 밝혀지며 요즘에 와서 더욱 인기를 얻고 있죠. 정 깊은 이웃과 나눠먹는 한국인의 된장은 언제부터 만들어 먹었으며, 어원은 무엇일까? 된장의 역사와 효능을 알아봅니다.
된장은 메주로 장을 담가서 장물을 떠내고 남은 건더기로 만든 장을 일컫는 말로, 메주에 소금물을 알맞게 부어 익혀서 장물을 떠내지 않고 그냥 만들기도 합니다.
♧ 된장은 언제부터 만들기 시작했을까?
우리 나라에서 콩을 재배한 것은 초기철기시대 무렵으로 알려져 있으며, 특히 선사시대에 우리의 땅이었던 부여는 콩의 명산지여서 콩으로 간장과 된장이 섞인 것과 같은 걸쭉한 장을 담갔을 것으로 추측됩니다. '삼국지' 위지 동이전에는 고구려에서 장양(醬釀)을 잘한다고 기록되어 있는데, 장양(醬釀) 은 장담그기·술빚기 등의 발효성 가공식품을 총칭한 것으로 해석되기 때문에 고구려에서 장담그기를 잘하였던 것으로 추정할 수 있습니다.
또한 고구려인들은 메주로 된장을 만드는 법을 이웃인 중국과 일본에도 전파했는데, 8~9세기경에 장이 우리나라에서 일본으로 건너갔다는 기록이 많이 남아 있습니다. 아라이[新井白石]의 '동아(東雅)'에 의하면, “고려의 장인 말장(末醬)이 일본에 건너와서 그 나라 방언 그대로 '미소'라고 불리게 되었는데, 글은 고려장이라고 표기하였다.”고 합니다. 즉, '미소'라는 말이 고려시대에 된장을 표현하는 우리의 방언이었다는 것이죠. 중국의 고대 문헌에도 메주를 소개하면서 '외국에서 건너온'이라는 표현을 쓰고 있어서, 문헌과 여러 정황을 봤을 때 된장은 우리나라에서 중국과 일본으로 전파된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 된장의 어원
'장(醬)'은 콩을 주원료로 발효시켜 만든 조미료를 일컫는 말인데, '된'은 '반죽이나 밥 따위가 물기가 적어 빡빡한'의 의미로 '된장'은 콩을 발효시켜 만든 조미료로 간장과 비교해 수분이 적어 점도가 높은 장을 말합니다.
문헌상으로는 17세기 조리서인 '음식디미방'에 '된쟝'으로 표기된 기록이 있지만, 이게 어떤 형태의 장(醬)인지는 정확하지 않으며, 19세기 중반의 "규합총서"와 "국한회어" 등에 된장이 '된쟝, 된장' 등으로 표기된 것으로 보아, 이때부터 한글 표준어 '된장'이 사용된 것으로 보입니다.
♧ 된장의 종류와 담그는 법
된장은 크게 메주와 소금물을 부어 익혀 간장을 떠내고 남은 건더기에 소금을 넣어 만드는 것과, 간장을 떠내지 않고 만드는 것이 있습니다. 청국장(전국장)·막장·담북장·빰장·빠개장·가루장·보리장 등도 된장 단용장(간장을 분리한 것)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들 장은 지역에 따라 독특한 제조법을 형성하기도 합니다.
청국장은 전국장이라고도 하는데, 단기숙성으로 단시일내에 먹을 수 있게 만듭니다. 보통 콩을 삶아 60℃ 정도로 온도를 낮추어 나무상자나 소쿠리에 담아 볏짚을 덮고 따뜻한 곳에 덮어두어 45℃를 유지시키면서 2∼3일간 띄워 점질이 생기도록 하며, 잘 뜬 콩이 식기 전에 소금·마늘·고춧가루·파를 넣고 찧어서 단지에 담습니다.
막장이란 날메주를 가루로 빻아 소금물로 질척하게 말아 익히는 장으로, 중부 이북에서는 담그지 않고 강원도와 경상도에서 특히 잘 담급니다. 충청도에서는 보리밥에 메줏가루·고춧가루를 섞고 소금으로 간을 하여 담그고, 경상도에서는 콩과 멥쌀을 섞어 만든 메주로 담그기도 합니다.
담북장은 메주를 곱게 빻아서 고춧가루를 섞고 물에 풀어서 하룻밤 동안 재웠다가 간장과 소금으로 간을 합니다. 충청도에서는 메줏가루와 고춧가루를 두부의 순물에 풀고, 황해도에서는 보리밥을 죽처럼 쑤어서 메줏가루·고춧가루·소금을 섞어서 만듭니다.
빰장은 된장만을 목적으로 메주를 굵직하게 빻아서 소금물을 끓여서 식힌 물로 담근 장인데 경상도에서 담급니다. 빠개장은 메줏가루에 콩 삶은 물, 고춧가루 및 소금을 섞어서 담근 장으로 충청도에서 담급니다. 가루장은 보리쌀을 갈아 찐 것에 메줏가루를 버무려, 끓여 식힌 소금물을 부어 간을 맞춘 장으로 강원도에서 담급니다. 보리장은 보리쌀을 삶아 띄운 다음 가루로 빻은 것과 콩메줏가루를 반반씩 섞어서 담근 장으로 제주도에서 담급니다.
오늘날에 와서는 청태장, 두부장(뚜부장), 지레장(지름장, 지레장), 비지장, 팥장, 쌈장 등 제조법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하여 이용하고 있습니다.
♧ 된장의 효능
찌개 외에도 우리 음식에 다양하게 활용되는 된장은 여러가지 건강상의 잇점이 있는데요.
* 항암 효과 : 된장의 숙성과정에서 콩에는 없었던 새로운 성분이 생겨나거나 강화되는데, 발효군인 고초균(Bacillus subtillis)이 삶은 콩을 분해하여 생성하는 서브틸린(subtilin)이라는 물질이 암세포를 파괴합니다. 전통 발효 식품 중에는 된장이 항암효과가 가장 우수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항암효과는 삶은 콩보다는 생콩이 우수하고, 생콩보다는 된장이 더 우수합니다. 된장의 종류에 따라서는 재래식 된장, 개량식 된장, 청국장, 일본 된장 순으로 항암효과가 높습니다.
* 항산화 효과 : 된장에는 항산화물질로 잘 알려진 이소플라본, 펩타이드, 페놀 물질 등이 풍부하게 함유되어 있습니다. 메주 중의 페놀화합물 함량은 발효의 전반기에는 증가하였으나 후반기에는 감소하였으며, 수용성 갈변물질과 페놀화합물은 리놀레산에 대하여 강한 항산화 효력을 나타내었습니다.
* 항비만 효과 : 된장의 섭취는 체중감소 효과를 나타냈으며, 이미 항비만 효과가 알려진 고추장보다 더 많은 체중감소 효과를 나타내었다. 또 된장은 체지방 감소 효과를 보였으며, in vivo 실험에서 항비만과 관련되는 아디포카인인 adiponectin의 수준은 높이고, NF-κB등 염증관련 유전자 발현을 낮추는 효과가 있었습니다.
* 심혈관 질환 예방 : 대두 단백질의 아미노산 구성, 불포화지방산, 식이섬유, 이소 플라본, 사포닌, 식물성 스테롤이 심혈관질환을 예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발효 대두식품으로부터 생겨나는 비소화성 단백질, 피틴산, 펩타이드 역시 심혈관기능을 높이는 것으로 연구되어 있습니다. 이소플라본은 혈관질환의 원인이 되는 LDL 콜레스테롤을 감소시키고, 혈관질환 예방에 좋은 HDL 콜레스테롤은 증가시키며, 항산화 작용으로 LDL 콜레스테롤의 산화를 억제한다. 또한 LDL 수용체의 활성을 증가시켜 LDL 양을 감소시키는 효과도 갖고 있습니다.
* 당뇨 개선 및 노화 예방 : 된장의 노란빛에는 말라노이딘 성분이 들어있어 노화를 예방해주고 인슐린 분비를 원활하게 해 당뇨를 개선합니다.
* 체내 유해물질 제거에 도움 : 된장에 들어있는 단백질 성분 중 필수아미노산의 하나인 메티오닌(methionine)은 양은 많지 않지만 체내의 유해물질을 제거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간에서 지방을 제거하고 유해물질을 몸 밖으로 배출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 면역 증강 효과 : 된장의 추출물이 특이적으로 면역증강물질인 B 임파구의 증식을 증가시키고, 대식세포와 B 임파구의 싸이토카인 생성을 증가시킨 다는 것이 확인되었습니다. 이러한 면역조절 효과가 삶은 대두에서는 발견되지 않고, 된장에서 발견된다는 것은 된장 발효 중 관여한 다 양한 미생물의 발효에 따른 발효산물 등에 의한 것으로 보입니다.
* 기미·주근깨 제거에 도움 : 된장의 유리리놀산은 멜라닌 색소의 합성을 억제함으로써 기미와 주근깨를 제거하는데 도움을 주는 효과가 있습니다.
이와 같이 영양이 풍부한 된장은 나물을 무치는 조미료나 토장국 끓이는 데 이용되고, 장땡이와 같은 반찬을 만드는 데에도 이용됩니다.
뿐만 아니라 약으로도 이용되어 ≪동의보감 東醫寶鑑≫에서는 “두통한열(頭痛寒熱)을 다스리고 땀을 내게 한다. 따라서 감기 때 메주와 파를 섞어 먹거나 메주·형개(荊芥)·방풍(防風)·상엽(桑葉)을 함께 달여서 한 사발 마시고 이불을 덮고 있으면 열이 내리게 된다.”고 하였으며, 또 “메주는 식체(食滯)를 지우고 천식(喘息)에도 효과가 있다.”고 하였습니다.
우리의 민족 음식이면서, 밥상에서 빠질 수 없는 구수한 된장찌개와 함께 건강한 하루를 즐겨보세요.
[참고자료]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 한국식품과학회
- 韓·中·日 중 '된장'의 원조는? (2017. 8. 4자, 조선일보 기사, 뉴스큐레이션팀 정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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